빨간 카네이션
지은이: 훈
진이는 혼자 산길을 걷고 있어요. 진이는 아직 어린 아이
랍니다. 터벅터벅 발걸음이 아주 무거워 보여요.
산길은 험하고 위험할 텐데 왜 어린 아이 혼자 산길을 걷고
있을까요? 진이의 볼엔 흘러내린 눈물 자국이 뚜렷이 보여요.
엄마 잃은 한 마리 어린 양의 눈망울처럼 두 눈엔 슬픔이
가득 고여 있어요. 진이는 산에서 엄마를 잃고 혼자 산길을
헤매고 있는 거랍니다.
'탁!' 진이는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진이는 울지 않아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터는 거예요.
어린 아이의 이런 모습이 너무 애처러워 보여요.
진이는 계속 산길을 걷다가 산언덕에서 멈춰 섰어요.
사방을 둘러봤지만 보이는 건 또 다른 산 뿐이었어요.
"엄 마~!"
진이는 크게 소리쳤지만, 메아리만 들릴 뿐 엄마의 대답은
들리지 않아요.
시간은 흘러 해가 서쪽 산으로 기울고 있어요.
저녁놀 지고 어둠이 서서히 몰려오자 진이는 무서웠지만
무서움을 이겨내려고 애썼어요.
이윽고 깜깜한 어둠이 진이의 온몸을 감쌌어요. 진이는
큰 바위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무서운 밤을 지새우며
밝은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졸음이 진이 눈을 감기려는 순간, 귓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어요.
"진아 엄마다. 지금 무척 힘들지? 엄마도 다 알아.
엄마도 진이가 무척 보고 싶단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돼.
밝은 아침이 오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단다."
"엄마!"
진이가 눈을 번쩍 뜨니 엄마의 환영이 보였어요.
엄마는 진이를 꼬옥 껴안고 미소 지으며 눈물을 흘렸어요.
눈물은 엄마 볼을 타고 내려와 진이 얼굴에 뚝 떨어졌어요.
"앗, 차가워."
진이는 꿈에서 깨어났어요.
진이 얼굴에 떨어진 차가운 건 이슬 방울이었어요.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어둠은 서서히 물러났어요.
진이가 웅크리고 잠든 곳의 큰 바위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가 피어 있었어요.
카네이션 꽃에 맺힌 이슬 방울이 진이 얼굴에 떨어진 거랍니다.
그런데 진이 귓가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이 춥고 험한 산에 어떻게 카네이션 꽃이 피어 있지?"
"앗! 얘가 눈을 떴다."
이 목소리는 산악구조대원의 목소리였어요.
정신을 차린 진이의 눈에 보이는 건, 산악구조대원들이 엄마를
들것에 싣고 있는 광경이었어요.
"엄마가 자식을 살렸구나."
"역시 얘 엄마의 판단이 옳았어."
"쯧쯧, 아들을 살리려고 자기 옷을 벗어 입혔구나."
"자신은 저체온증으로 죽을 거란 걸 알고 그랬으니, 살신성인
이란 말이 딱 맞구나."
산악구조대원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마디씩 했어요.
"엄마 죽지마! 죽으면 안 돼!"
진이는 울면서 엄마가 누워 있는 들것을 잡고 소리쳤어요.
산악구조대원 한 사람이 눈시울을 붉히면서 진이를 꼬옥
안아 주었어요.
빨간 카네이션 꽃에는 이슬 방울이 다시 맺혔어요.
동그란 이슬은 아침 햇살에 반짝였어요.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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