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붕어
지은이: 조용훈
한 어른이 동심의 나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었어요.
초원을 지나고 계곡을 지나서 산길로 접어 들었어요.
꾸불꾸불 산길을 지나는 동안 외롭고 피곤했지만, 동심의 나라가 곧 나타날
거란 희망을 안고 계속 길을 걸었어요.
산 중턱 쯤을 지날 때였어요. 길 가운데 조그만 연못이 나타났어요.
어른은 이런 곳에 연못이 있다니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연못 때문에 지나갈 수가
없었어요. 연못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은빛 붕어 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어요. 보기드문 아주 귀한 물고기 같았어요. 어른은 지나가기 위해 연못에 발을 들여 놓으려다 멈추었어요. '내가 발을 디디면 흙탕물이 되어 연못이 오염될 텐데...' 길을 돌아서 가려고 살펴봤지만 높다란 바위들이 가로막고 있었어요. 어른은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어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숲의 정령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지만...' 그러자 어른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어요. "흙탕물이 되어도 은빛 붕어는 죽지는 않소. 다만 빛을 잃고 그저 평범한 보통 붕어가 될 뿐이오." 깜짝 놀란 어른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어요.
"뭘 그렇게 놀라오. 내게 물어보고 싶다고 했잖소?" 다시 귓가에 목소리가 들리자 어른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 숲의 정령이시군요. 저는 귀한 은빛 붕어를 평범한 보통 붕어로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소. 이 길을 지나가려면 그 방법 말고는 없소." 정령의 목소리를 듣고 어른은 고민했어요. 한숨을 쉬면서 연못 앞에 주저
앉았어요.
그러자 정령이 아닌 다른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렸어요.
"그냥 연못을 밟고 지나가세요."
어른은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어요. 은빛 붕어가 입을 벙긋거리면서말하고 있는 거에요. 어른은 신기한 듯 쳐다봤어요.
"참 기특한 붕어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너의 귀한 은빛을 빼앗긴싫단다." 어른이 말을 건네자 은빛 붕어는 이렇게 말했어요. "하지만 여길 지나가지 못하면 동심의 나라로 갈 수 없을 텐데 어떡하죠?" "아니! 네가 어떻게 내가 동심의 나라로 가던 중이란 걸 알지?" "하하, 당신은 참 마음이 순수하군요. 어린이의 동심처럼." 은빛 붕어가 입을 벙긋거리고 이어서 숲의 정령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어요. "당신이 찾는 동심의 나라는 바로 여기라오! 은빛 붕어를 염려하는 당신의 동심이 붕어가 말을 할 수 있게 만든 거라오. 동심의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하오! 허허허..."
정령의 말이 끝나자 연못의 물이 허공으로 솟아 오르면서 궁전의 문 형상 을 만들었어요. 동시에 은빛 붕어는 은빛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했어요. "이 문은 동심의 나라로 들어가는 문이랍니다. 저를 따라 들어오세요." 여인은 넋이 나간 듯 쳐다보고 있는 어른에게 손짓했어요. 어른은 여인을 따라 동심의 나라로 들어갔어요. 동심이 사라진 험한 세상에서 그토록 찾던 꿈을 이룬 거였어요. 연못은 사라졌지만 동심의 나라를 찾는 새로운 어른이 이곳에 나타날 때면,
신기한 연못은 그 자리에 다시 생겨난답니다. 은빛 붕어와 함께.-- 끝 --
출처 : 신문예
글쓴이 : 용훈 원글보기
메모 : 교훈을 주는 짧고 재밌는 동화를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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